Ecolon 2008. 12. 11. 21:05

오늘도 퇴근 후 헬스를 마친 후,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정류장을 놓칠뻔한 나는
급작스레 일어나 벨을 눌러 겨우 내릴 수 있었다.


내가 내려야 하는 '공군 아파트' 정류장은 좀 외진 곳이어서
내리는 사람들은 대개 별로 없다.


근데 오늘따라 누군가가 뒤에서 같이 내리는게 느껴졌다.
그것도 뭔가 다급하게 말이다.

난 퇴근 후 시간을 무척 소중히 여기기에
헬스장을 오고갈때도 빨리빨리 걷고,
헬스도 빨리빨리 하고,

게다가 예전 글에서도 이야기 한 적이 있지만,
버스도 빨리빨리 타고,
빨리빨리 내리고,
버스에서 내린 후에는 더욱 빨리빨리 걷는다.

(포스트 : http://ecolon.tistory.com/entry/나의-생활-퇴근후 참조)


사실 그 '나만의 경주'에서 글을 쓴 후로 한번 승리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젠 승부에 연연하진 않지만(-_-),

그래도 하던 버릇이 남아 있어 보통의 걸음걸이보단 빠른 편인데,
(게다가 남자들은 대개 혼자 있으면 더 빨리 걷게 된다.)


이상하게,
버스에서 뒤에 내린 이의 걸음걸이가 좁혀지지 않는게 느껴졌다.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


라는걸 느끼기 시작한 순간
뒤에 있던 이는 갑자기 속력을 내어
순식간에 나를 추월했는데,


행색을 보아하니
허름한 잠바와 교복을 입은 것이
영락없이 하루종일 수업에 찌든(듯해 보이는) 여고생이었다.


그녀는
나를 따라잡은 후엔 돌연 어슬렁거리는듯한 걸음거리로 느릿느릿해 지더니,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어깨를 약간 들썩이며,

"아으, 졸리 춥네~"

이러면서 다시 곧장 뛰어가듯 걸어가는 거였다.
(뭐,사실 오늘 날이 좀 추워지긴 했다.)



어쨌든 그녀는 그렇게 계속 직진을 했고,
나는 따라가...진 않고,

바로 우회전을 해서 나의 보금자리로 향했다.

춥고 더러운 보금자리에 돌아온 지금,

그녀의 입장에서
그녀가 행위한 짓들을 다시한번 돌이켜 보았다.

'왜 그랬을까..'


하지만 더욱 이해되지 않았다.



사실 아주 오랜만에
어젯 밤잠과 오늘 낮잠의 내용이 이어지는
귀하디 귀한 (그리고 쓸모없는) 경험을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늘따라 기묘한 귀가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