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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러움
Ecolon
2009. 10. 3. 01:31
'어른스러움' 이란 것은 대개 어떤 누군가에 대한 평가의 말로 사용된다.
그리고 직접 실제로 사용되진 않더라도
우리들 중 일부는 그런 평가를 받을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말하고, 행위하곤 한다. '어른스럽게' 말이다.
'어른스럽다'라는 것은 어떤 한가지로 정의내리기는 어렵겠지만,
대체로 - '경험'이 많은, 그럼으로써 우러나오는 대상의 어떤 태도나 됨됨이 -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경험'인 것이다.
뭐 이건 '어른'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봐도 나온다고 할 수 있겠다.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그 등장인물들이 뱉어내는 대사들 중에는
어떤 특정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또는 비롯될수밖에 없어보이는) 듯한
뉘앙스를 주는 것들이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시종일관 명랑한 에너지를 뿜어내던 여주인공의 말과 행위는
부모님을 여의고 평생을 외롭게 자란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견딜수없는 고독과 생존의지에 의한거였다, 라든지 하는것들 말이다.
아무튼 우리는 가끔
'진지' 모드 중에서도 '어른스러움' 모드에 진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중 상당수는
사실은 별다른 '경험'도 없었지만
해당 모드에 진입했음으로 인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그런 자신의 행위를 봐주는/들어주는 사람을 의식하며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꽤 많다고 느끼게 된다.
결국 경험도 없으면서 있어보이는 듯하도록 '구라'를 치게된다는 거다.
뭐, 안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많이 그래왔던 것 같다.
그리고 더불어 그런 점을 고치려고 많이 노력해왔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가 이러한 '거짓 어른스러움' 모드에 진입하는 경우
쓸데없이 예민해지게 된다.
특히 그런 행위는 대부분
쉽게 단정짓기 어려운 부분들을
너무나 쉽게(구체적인 경험이나 근거도 없이)
원래 세상 일이 그렇다는 식으로
듣는 사람이 뻘쭘할 정도로
상당히 애매모호한 문제를 단호하게 한쪽으로 규정해버려서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리고 코웃음치게 만든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중요한 건 이런 '어른스러움' 모드의 구라가
범위를 넓혀서 보게 되면 일상의 대화 뿐만 아니라
미디어 및 지식시장에서도 엄청나게 활개치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또한 이것들이 다른 이들에게 잘 먹혀드는 경우도 많다는 거다.
난 자라오면서, 그리고 현재까지도
'나이들어 보인다', '어른스럽다' 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난 처음엔 이걸 그저'듬직하다'라는 표현인줄로만 알아왔었지만,
자라면서 나의 행위와 언어의 '구라'가 먹혀든 것이
상당부분 기여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적어도 스무살이 넘으면서부터는 말이다.
......
언제 이런 허위를 다 없앨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 누구의 것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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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아 문득 떠오르는대로
갈겨보았으나, 그리 좋은, 심오하거나 발전적인 소재는 아닌 듯 하다.
이것도 결국 구라스럽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