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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산정
Ecolon
2011. 8. 24. 23:23
오래 전부터 이름만 널리 들어왔던
오래된 콩나물국밥집, 완산정.
오늘 정말 오랜만에
생동성 시험-_-에 합격해서 기쁜 마음에
공부도 일찍 파하고 이곳을 찾아가게 되었던 거다.
블로거들 포스팅이든 식당 안내서든 그냥 지나가듯 보고 말던 곳이라
서울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꽤 가까이 있는 곳이었다. (서울대 입구역..)
1. 찾아간 때가 한창 저녁시간이라
사람이 많아 주방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영감님 한분도 들어오셔서
얼떨결에 합석을 하게 되었다.
내가 "(국밥) 한그릇이랑 모주도 한잔 주세요~" 주문을 하자마자
영감님도 나와 똑같이 주문을 하셨고,
완전히 같은 타이밍에 식사를 하게 되서인지
왠지 수저도 놓아드리고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영감님은 그 시크한 인상처럼 쌩 하고 재빨리 먼저 수저를 놓으셨다.
그냥, 뭐 그랬다는 얘기다.
2. 일단 모주 한잔이랑 반찬이 나왔는데,
반찬은 석박지, 배추김치, 취나물무침 세가지.
김치류는 모두 국내산을 사용한다고 써있긴 했는데
내 입맞에 그닥 맞진 않았다. 고추가루가..
하지만 취나물무침은 된장베이스로 무친 거였는데
된장보다 콩가루(?)같은 고소한 느낌의 재료를 많이 넣고 무쳐서
꽤 괜찮았다.
모주 안주로 말이다.
3. 식당은 젊은이들도 군데군데 보였으나 대체로 나이드신 분들 위주였고,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혼자 모주 한잔에 국밥 한그릇 말아쳐먹다보니
왠지 외로운 풍취가 올라
정말 앞에 영감님이랑 한잔하고 싶어졌는데,
인상이 넘 시크하셔서 차마 말씀드리진 못하고
그냥 묵묵히 앉아 먹었다.
4. 음식은 지금까지 들어온 기억으로는
나름 그 맛에 찬사를 보내는 글이 많아 너무 기대를 했는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그냥그냥 먹을만한 정도였다.
콩나물 국밥이라긴 하지만 김치를 송송 썰어넣고 끓인 국물이었고,
뚝배기에 미리 계란을 넣어 내어오기 때문에
걍 풀어서 훌훌 말아먹게 되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오징어같은 부재료도 일절 들어가있지 않기 때문에
남부시장 스타일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좀 섭섭할 수 있겠다.)
조미료는..사실 이런걸 구분하는건 힘든 일이지만
대략 감칠맛이 거의 라면국물의 절반 이상 느껴지는 걸로 보아
심심찮게 들어가 있을 것 같긴 했다.
5. 간단히 정리하자면,
콩나물, 김치를 베이스로 한 기름기 없는 국물이지만
라면국물 느낌의 감칠맛도 좀 나는 시원한 국밥, 이랄까.
(출처 : 네이버 지도찾기-_-)
그리고, 요즘 콩나물국밥집들에서 내어주는 모주는
거진 흑설탕이나 좀 넣어 달달하게만 끓여내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 모주는 단맛이 적고 한약재 느낌이 나는게
그래도 좀 더 제대로 된 느낌이었다.
사실 콩나물국밥이란 게
대단히 많은 재료가 들어가거나
오랜시간 조리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뛰어난 맛을 느끼기 위해 먹는거라기보단
심플하면서도 시원한 맛에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겐 이정도면 감사했다.
게다가 여긴 24시간 운영한다니 술먹기에도 좋고,
또한 내가 사는 동네랑도 가깝고 말이다.
뭐, 그래도 난 수란과 함께 오징어 송송 썰어 끓여주는 남부시장식이 더 좋다.
6. 위치
지도검색 상으로는
서울대입구역 7번 또는 8번 출구에서
대강 50m 반경 한바퀴 돌다보면 나오는 위치였는데
오늘 찾아가본 바로는 7번 출구쪽이 좀 더 가까울듯 보였다.
'활어전문 신부'라고 씌여있는 횟집 2층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 유명세와는 달리 입식, 좌식 모두 합쳐
테이블 10~15개 남짓한 크기로 그닥 크진 않다.
- 주 소 : 서울특별시 관악구 행운동 858-2
- 전화번호 : 02-878-3400
- 메 뉴 : 콩나물국밥 6,000, 모주 한 잔 1,500원, 한 통 6,000원
P.S 참, 그리고 여기 뚝배기는
요즘 상당수 식당에서 쓰고있는 '뚝배기모양 플라스틱 그릇' 아니고,
묵직한 진짜 뚝배기이다.
다 먹을때까지 뜨뜻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