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lon 2008. 8. 9. 01:14

겨우 다섯달의 경험,

그나마도 잦은 결석과 주말을 중심으로 한 파괴적인 식생활로 인해
육체가 더이상 파손되지 않고 유지되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겨야겠지만,

그래도 이것을 행하면서
생각하고 변하고 깨달은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몸뚱이가 건강해지면 정신상태는 쉽게 교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 눈꼽만큼의 운동이라도 시작하기 전에는
주말에 그리 집요하게 술을 처먹고도 모자라서

퇴근후에도 마치 알콜이 내 몸과 이별했던 마누라라도 되는 듯이
매일 눈물의 상봉을 시켜주니
매주 한박스 이상의 맥주를 없애버림에도 충분치 않은 기분이 들어
또 먹고 자고 싸고 보고 듣고 하다 잠들었드랬다.

항시 나의 책임과 미래와 꿈을 계획하고 실천해야할 청춘시절을
부도난 창고정리하듯이 저렴하게 처분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런 내가 조금이나마 나아져서,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고, 계획을 세우고,
조금이라도 뭔갈 더 배우려는 생각따위를 조금이나마 실제로 하게 된것은
상당부분 '운동'에 기인한 바가 크다.


즉, 육체운동을 성실히 행하면
나처럼 시궁창에 빠져 녹아내리는 뇌의 소유자였다 할지라도
건져내 세척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하찮은 글 하나 끄적여본다.
오늘 운동을 끝내고 잠깐 뇌세척을 하다보니 그 부작용으로 써내려가게 되었는데,
그래도, 후일 부끄러움에 허공하이킥 몇번 차더라도,
왠만하면 지우지 않으련다.



    
말하자면,
     그 당시 나의 내면세계는 '나태함'을 등에 업은
     '습관'이라는 고약한 작자가
     단 한개의 반대도 없이 그 세계 전체를 주름잡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썩어가던 나의 내면사회에도
     강력한 혁명가가 등장하였으니, 그가 바로 '운동'이다.

     그가 존재를 드러낸 뒤부터
     내 안의 수많은 세포시민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중들 앞에 서서, 그는 말하였다. 아니 부르짖었다.


            "Another  World  is  Possible"



     세포시민들의 심장은 고동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그의 계속되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동안 자신들의 의식을 잠식한채,
     그들의 삶을 착취해온 '나태함'과 '습관'에게 몸을 숙이고
     굴욕적으로 살아왔던, (그럴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세월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뇌리에 스쳐 지나가며,

     내면의 성찰이라는 중요한 과정을 망각한 채
     오로지 세포증식만을 위해 살아왔던
     그들 자신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회의는 분노로,
     분노는 변혁으로의 에너지로 바뀌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적어도 '운동'이 모습을 드러낸 날에는,
     입과, 식도와, 위장과, 대장 등속의 세포들이
     '습관'에 반기를 들어
     기존의 파괴적인 식행위에 대한 보이콧을 벌였으며,

     머리꼭대기의 뇌세포들은
     비로소 그들이 하루일과동안 행한 행위와 사고에 대해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뭔가 해야만 한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그들만의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아니, 변화시켜야만 한다'는
     꿈으로의 의지,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물론,
     5개월이 지난 아직도 그들은 여전히 소수이며,
     그들의 의지는 아직 구체화되지도 못한 상태이다.

     여전히 '나태함', 그리고 '습관'은
     전 분야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자신이 없어진다면 이 세계는 매우 불안해질 것임을 항상 강조한다.

     또한 그는 말한다.

     "너희는 (너희들끼리) 경쟁해야만 한다.
      그것은 너희의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끝없이 생산하라. 끝없이 욕망하고, 충족시켜라.
      그리고 나를 믿어라. 그것이 너희가 살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 '배운 세포'들은 안다.
     세상의 그럴듯한 말들은 모두 진실과 거짓이 섞여있음을.
     그들을 지금까지 핍박해왔던 것은
     그들을 속이려는 무리들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의 나약함임을.

     '운동'은 오늘도 말한다.

     "우리가 원하는 세계는 우리가 더 이상 속지 않으려 할 때부터,
      이면의 진실을 보려는 의지를 가지면서부터 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세계가 실제로 오기 시작하는 것은
      우리가 그러한 의지가 행위로 구체화되고,
      이를 통해 '실제로 강해졌을 때'이다.
      그리고 아는만큼 행위할수록, 실천할수록, 우리는 강해질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나'라는 세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믿는다.







물론 내일은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