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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맛쇼
Ecolon
2011. 8. 7. 00:41
나름 특별한 날, 오늘, 혼자 영화를 봤다.
'트루맛쇼'
어느 인터넷 신문기사에서였던가,
상당히 도발적인 느낌의 소개글을 읽었던 적이 있는데,
잊어버리고 있다가
어제 우연히 개봉금지 되었던 것이 다시 풀렸다는 글을 읽고
찾아서 보러가게 되었다 . 특별일 자축 기념으로.
내용인즉슨
피디 몇분이 직접 식당을 차려 섭외, 촬영하면서
TV속 맛집소개 프로그램의 추한 돈벌이 커넥션을
경험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생각보다 내용이 좀 심플하긴 했지만,
이러한 영화의 제작 자체가 힘든 일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 존재만으로도 값지고,
내용도 너무 무겁지 않고 나름 유쾌하게 진실을 고발하고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몇 가지 기억나는 건 ,
- 외주 제작사(또는 방송사)가 받은 건당 금액,
- 통쾌하게도 방송사 및 프로그램 이름이 전혀 필터링되지 않고
그대로 나왔다는 것.
- 그리고 마지막으로 계속 등장하는 여성 피디님의 아름다움-_-
(예쁘장한 얼굴에 정말 똘망한 눈매가 참 매력적이었다.)
뭐, 이정도...
그러나 한편으로는
평소에 나름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라서 그런지,
또는 너무 기대를 하고가서 그런지 몰라도
예상했던 만큼의 감흥, 또는 불편함(?) 등을 느끼진 못했다.
특히 맛집소개프로그램 위장손님 경험을 하고 난 다음
학생들이 소감을 말하며 "전혀 그런 줄 몰랐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던 부분은,
마치 그들이 맛없는 음식을 맛있다고 거짓으로 연기한 것처럼
영화 메시지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무지를 과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아했다.
다들 피디지망생이고 방송관련학과를 다닌다는데,
그동안 방송을 보면서 그대로 믿고 있었다고 말하는게 정말인가 싶었던 거다.
사실 다들 조금씩은 TV가 소개하는 맛집이 모두 진실이 아님을
어디선가 들었든, 직접 경험했든 알고있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그 중에서도' 더 저급한 프로그램들은
일반인들에게도 확실히 그런 부분들이 드러나 보이고,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많은 식당들 중 몇군데 정도 가보고 실망했던 경험들은
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사실을 알고있었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단지 방송을 타게 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것 자체만을 문제제기하는 것으로는
내용이 좀 약한게 된다.
그 사실을 근거로 다른 논의를 전개해나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한국사람들 미각 수준이 그런 방송을 유지시킨다"는 내용의
유명 맛칼럼니스트 황선생님의 멘트가 수시로 반복되어 나오는데,
그 말이 맞는 말일수도 있겠고,
또한 관객들에게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라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것도 같으나,
왠지 그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 너무 강조되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사람들 의 무지몽매한 미각이
영화가 고발하는 더러운 행태의 '원인'인가?
마치 사람들이 미식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둔한 미각을 가지고 있어,
그래서 맛집프로그램들의 제작 수요는 높지만 그 질은 낮을수밖에 없는건가 라는
생각을 낳게 하는데,
'미각'이란 걸 경험을 통해 쌓이는 것으로 본다면
그러한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것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닐진데
여기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도 의문이고,
물론 맛칼럼니스트의 문화 논리로 접근하게 되면
이에대한 비판이 가능한 것이 될수도 있겠으나,
정작 영화가 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이를 통해 언론의 더러운 자본으로서의 모습을 투영해보는 것이 아니었던가?
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흐름상으로 본다면
영화에서 조금씩은 밝혀주었던
PD,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방송꺼리를 만들어 채우기 위해
조금씩 과장을 섞어 연출하는 정도를 넘어 조작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토대로
왜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지,
다른 내용으로는 방송이 채워지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건지 등의
방향으로 영화가 더욱 전개되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 한편에 모든 논의와 내용을 담을 수 없을 거라는 것도 당연하며,
거대한 방송국의 힘에 맞서 할수 있는 것이란
별로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점에서는 위 예쁜 글씨의 메세지와 같은
영화의 접근 방식, 보여주는 정도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그들에 의해 논의를 전개되도록 하는 데에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쓰다보니 뭔가 제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판(혹은 비난)을 많이 늘 어놓은 것 같은데,
이 영화가 마이너스가 되는 안좋은 작품이어서 그런게 아니라
확실히 플러스인데 그 정도가 좀 더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거다.
글 뒷꽁무니라고 수습하는려게 절대 아니다-_-
오랜만에 끄적거리려니 글이 이어지는 느낌이 안나고 계속 뜯어고치게 된다.
(물론 예전에도 내글이 이따위였다는 걸 사실은 알고 있다)
아무튼 난 이런 느낌으로 영화를 봤고,
나름 괜찮다는 포스팅이 몇개 있어 영화보기 전에 방문한 "딸기골"이란 곳은
음식도 감흥이 없고 나름 이대 앞 분식집이라는데
남자손님들이 더 많다는 현실에 실망했고,
그래도 오랜만에 영화봐서 좋긴 했다.
특별일이라고 술 퍼처먹고 늘어지게 자다가
내일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것보다는
훨씬 고상한 하루였다. (라고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