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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이야 강된장
    카테고리 없음 2014. 11. 12. 20:16


    이번 51회도 떨어졌다.

    참담하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것도 지쳤다.


    좋은 시절은 1년 더 유예해야 하고,

    좋은 동료는 떠나보내야 하고,

    좋은 여자는 놓쳐가야 하고,

    좋은 아들, 좋은 오빠 따위 또한 아직도 아직이다.


    지쳤다.

    내가 나에게 어떤 반응을 해줘야할지도 모르겠고,

    합격이라는 아득한 목표를 제외한다면

    내가 무얼 얼마나 해야할지도 막막해졌다.





    아무튼 이렇게 미쳐가는 나는

    이번 발표 이후 자꾸


    강된장을 해먹게 되었다.



    밥 비벼먹으면 짱맛있는 강된장,

    고기먹을때 쌈장으로도 짱괜찮은 강된장,



    식당에서 주는 강된장과 다른 것은


    한번에 해먹지 않고 점점 졸아드는 과정에서

    서너끼 정도를 나누어 먹기 때문에

    변화무쌍한 매력을 모두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묽고 고소하고 깔끔한 1st 강된장,

    자작해지면서 짭쪼롬해지는 2nd 강된장,

    되직해지면서 구수해지는 3rd 강된장,


    마지막 4th의 무척 되직되직한 강된장은 고추 한두개 더 썰어넣어 매콤하게 해서

    쌈싸먹을때 퍼넣어 씹으면 아주 죽음이다.


    아주 죽음이다.



    사무소를 아직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나를 걱정하는 반응을 전해주는 몇몇 사람들은 "그 알바" 언제 그만둘꺼냐고 한다.


    그래도 정규직이긴 한데 말이다.

    비정규직의 마음으로 일을 하고,

    참담한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니


    사람들에겐 그렇게 보이나보다.



    누구를 탓할수도 없고,

    나를 탓하는 것도 쓸데없고,

    또 누구에게 하소연하기도 참 어렵다.



    다만 냄비에 가득한 강된장만이 나를 위로해줄 뿐이다.


    다음에는 고기를 조금만 덜 넣어야지.

    하도 퍼넣어서 누린내가 쫌 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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