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2.4.15 메모
    카테고리 없음 2012. 11. 8. 02:16

     

    어젯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할 때의 일이다.

     

    최근 며칠간 나는,

    자료를 아직 만들지 않았다는 핑계로 지하철 타는동안 지속하던

    각종 암기위주 공부를 하지 않고

    핸드폰으로 스도쿠 게임을 즐겨하고 있었고,

    역시 어제도 그랬었다.

     

    보통 초중고급 중 고급을 즐겨해서,

    한 판당 짧으면 5분, 길면 15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사이사이에 약 10초가 조작불가능한 텀이 존재하고,

     

    이 시간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보통 멍때리거나,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돌아보거나 한다.

     

    그런데, 어제도 그렇게 스도쿠 한 판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려할 때

     

    공교롭게도 바로 앞에 서있던 여자가

    마침 뒤를 돌아보면서 눈을 딱 마주치게 되었던 거다.

     

    대개 이런 경우 여자들은

    ⅰ) 그냥 무감하게 다시 신경쓰지 않거나

    ⅱ) 신경쓰지 않는척 하거나

    ⅲ) 경계, 또는 불쾌함을 은연중에 드러내거나

     

    하면서 돌아서는 게 대부분인데,

     

    어제의 경우에는 처음 그녀와 마주치면서는

    그 표정상 ⅲ) 의 경우인 듯 보였고,

    그래서 난 조금 억울하긴 했으나

    하던 게임이나 열심히 하리라 마음먹고 이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그녀가 또 뒤를 돌아보는 거였다.

     

    그리고 이후로도 이따금 뒤를 돌아보는 행동을 반복해서

    그게 4~5번 정도 되었을까,

     

    나는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그녀를 쳐다보게 되었고,

     

    그러고나서야 그녀가

    ⅰ) ⅱ) ⅲ) 중 어느 한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 상태임을 깨닫게 되었다.

     

    다시 본 그녀는

    (약간 갸름한 얼굴에 마른 체형으로

    베이지색 스커트 정장의 단정한 차림새였는데)

     

    자세히 관찰하지 않았다면 알아차릴 수 없었을 정도로

    몸을 약간 비틀비틀하면서

    아주 미묘하게 풀리기 직전인 듯한 눈을 하고,

    그러고 있던 거였다.

     

    순간 나는 그녀의 그 표정에 나타난 감정이

    “불쾌함”이 아니라, “졸라 외로움”에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러고나서 보니,

    그녀가 그렇게 계속 뒤를 돌아보았던 것도

     

    자신의 뒤에 서있는 허름한 (고시생) 남자가,

    혹은 자신이 그 뒤에서 바라볼 수 있는 다른 누군가가

     

    자신과 눈을 마주친 것이 단순한 우연 따위가 아님을

    (리얼하게 말하면 자기가 미모, 혹은 매력 때문에 훔쳐보다 걸린 것임을)

    확인하고

    그걸로 술기운과 함께 올라오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게 아니었나 하는,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되는-_-생각까지 하게 되었던 거다.

     

    누구에게나 가끔은 찾아올 수 있는,

    “뜨거운 것이 좋은” 그런 날이었달까? -_-

     

    하지만 그녀는

    깔끔한 스타일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지극히 평범한 외모였고,

    또한 신림역에 내리지도 않았고,

     

    나는 그냥 내렸다.

     

    뭐 그냥 그랬다고.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