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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5 “개념”
    카테고리 없음 2012. 11. 8. 23:10


    흔히 군대 다녀오지 않은 남자를 “개념없다”하여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우리나라엔 존재한다.


    이는 분명히 편견이고,

    “개념”이란 말조차 뭔가 일방적이고 순응을 강요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도 같다.


    또한 개념충만한 군미필자와 (여전히) 졸라 개념없는 군필자들이

    넘쳐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후자가)

     

    그러나 그럼에도 “개념”얘기는 (적어도 20~30대 젊은 남성들 중심으로는)

    사회 전반에 걸쳐 누군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써 널리 사용되며,

    그중에는 일정정도 설득력있거나,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간혹 보인다.

    그리고 난 이 글이 그 중 하나로 되길 바라며 키보드를 앞에 두고 앉은 것이다.

     


    1. 잔디밭과 제초

    어렸을 적 살던 집은 마당이 꽤 넓었다.

    토지대장상 총 167평으로, 골목길 면적까지 포함되어 있어

    체감상 그렇게 많이 넓다고까진 못느꼈었지만


    아무튼 그 전체에 걸쳐 아버지는 “잔디”를 입히고 꾸준히 관리하셨드랬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는 퇴근 후든 휴일이든 거의 마당에 나가 무언가를 하셨다.

    그리고 천성이 게을렀던 나는 마당일 하시는 아버지를 도와드린 적이 거의 없다.

     

    마당에 놓아주신 농구대에서 친구들과 농구를 하거나,

    (미니농구대가 아니라 아래받침에 돌 넣고 해야하는 진짜 농구대였다)


    가끔 돗자리깔고 고기 구워먹을 때 정도만 “잔디”의 고마움을 잠시 느낄 뿐이었다.

     

    그러다가 대학을 입학하면서 집을 떠나게 되었는데,

    학교에는 곳곳에 “잔디”밭이 있어 가끔 거기서 술판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

     

    결국 그때까지 나에게 잔디, 잔디밭이란


    그저 배경, 혹은 아버지가 계신 곳,

    또는 운동해도 덜 다치는 곳,

    고기나 술먹기 좋은 곳(그리고 토하기에도-_-)

    뭐 이정도일 뿐이었다.


    즉, 그냥 잔디는 용도에 따라 이용태양이 달라질 뿐

    항상 같은 모습으로, 정지상태로 놓여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난 군대에 가고나서야 그 푸른 정적인 느낌의 잔디가

    실은 수많은 노동이 다이나믹하게 수없이 쌓여있는,

    무서운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난 비록 장교출신이지만 병사가 간부보다 적은 공군 특성상

    제초, 제설, 대청소 등의 대형작업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여했었고

    (물론 신분상 안하겠다 우길수도 있었고,

    실제로 그랬던 비열한 장교들도 일부 존재했음을 강조해둔다.)

     

    실원이 나와 중사님, 병사 1명 뿐이었던 우리 사무실은

    담당구역이 최소한 어렸을 적 마당의 세 배는 넘었고,


    게다가 난이도 높은 (적당히 잔돌이 섞인)

    “언덕 잔디”도 상당수 포함되어


    어느 정도 제초작업에 숙련된 후에도

    한번 제초했다 하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는 게 보통이었다.

     

    특히 성장과 신록의 계절 여름에는 거의 비가 한차례 지나갈 때마다

    잔디와 풀들이 예외없이 가공할 정도의 성장을 해서

    때때로는 공포심을 느낄 정도였다.

     

    아무튼 그렇게 3년의 군생활을 마치고 나와

    바깥 사회에서 잔디밭을 보게되면 가끔,


    일단 저 곳이 내 담당구역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곤,


    잔디의 깎여진 각도라든지 관리상태를 보며

    해당지역 제초담당자의 책임감, 인품 등을 가늠해보거나 하며,


    해맑게 뛰노는 아이들이 무척 “개념”없게 느껴지면서,

    우스꽝스런 기분이 되버리곤 하는 거였다.

    (물론 어른들이 술과 함께 뛰노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요컨대, 이정도가 내가 군대에서 체득한 “잔디”에 대한 “개념”이다.

     


    2.

    뭘 쓰려고했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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