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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8.27(월) 메모
    카테고리 없음 2012. 11. 11. 21:33


    1. 삼고초려 지구당

    금요일(8.24)에야 민소인강을 모두 듣고,
    토요일(8.25)엔 스터디 예비모임을 나름 가진 후

    역시나 공부가 안되어, 그리고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독서실에서 잠시 멍하니 있다 냅다 뛰쳐나왔다.

    그렇게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려던 중에
    맛있는 밥을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뇌속의 食 DB를 돌려보던 중
    저번에 허탕친 “지구당”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월요일이 휴무라는걸 모르고
    하필 월요일에 방문했다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곳이기에

    이번에는 독서실 PC를 통해 토요일도 영업함을,
    또한 화목토가 규동파는 날이라는 것까지 분명히 확인한 후,
    출발했다.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반숙계란을 넣을지, (딱 1잔만 허용된다는) 맥주를 주문할지 등을
    설레는 맘으로 고민하다 드디어 서울대입구역에 내려,
    익숙하게 출구를 찾아
    한걸음, 한걸음씩 그곳에 다가갔다.
     
    그렇게 가게 앞에 도착해 호기롭게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웬걸 지구당 내부의 불은 꺼져있고
    다만 출입문 유리 뒤편에 입간판 하나가 세워져있을 뿐이었다.
     
    “8.5 ~ 8.27 여름휴가 다녀오겠습니다”
     
    하필, 대체 왜 내가 갈때마다 휴무인지,
    휴가는 왜이리 길게 다녀오는지,
    주인장이 일본인이라더니 온천투어라도 하는 중인건지,
    8월분 월세는 안아까운지 등등
     
    울분을 참을 길이 없어 인근 동네를 한바퀴 돌며,
    한산하지만 묘하게 상업적인 식당거리를 배회하다
    신림동 방향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러는 동안 주인장, 그는 어쩌면
    1300년 전통의 호시여관 노천탕에서
    몸을 구석구석 정밀하게 씻고 나와

    휴가기간 내내 너무 먹어 질린 가이세키 요리따윈 뒤로 물린채
    북해도산 털게 다리만을 뜯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등의
    잡스런 생각을 하며 말이다.
     
    물론 그는 (또는 그들은) 아무 죄도 없지만,
    난 그래도 미웠다.
    밉다.
    밉고 있다.
     
    결국 나는, 최소한 삼고의 예를 갖추어 이곳을 방문해야만
    지구당의 규동, 혹은 오야꼬동을 맛볼수 있는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당연하지만)
    이곳의 덮밥을 먹는데 성공했다 해서
    와룡 봉추를 얻을 수 있을리도 없는데 말이다.
     


    2. 떡볶이와 함께한 주말

    아무튼 지구당의 두 번째 방문 실패 후 자취방에 돌아오던중에,
    동네마트 세일기간임이 떠올라 방문,
    오뎅과 볶음용 떡을 둘 다 할인판매하기에
    이를 충동적으로 구입, 방에 돌아와 떡볶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전번에는 떡, 어묵 한봉지씩을 한번에 볶았다가
    후라이팬과 위장이 넘쳐 터질뻔 했기에,
    각각 절반씩 나누어 두 번에 걸쳐 해먹기로 했다.
     
    혹시 몰라서 요리책과 인터넷상 떠도는 레시피들을 참조해서
    양념장을 만들고,
    떡볶이 육수는 대부분 멸치다시마 베이스이지만,
    며칠전에 호기심으로 구입한 농축쇠고기 육수팩을 넣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마치 상당한 고급 육수인양
    광고로 너스레를 떨어댔던 그 제품이
    only 주재료만을 고아낸 액기스가 아니고
    온갖 나트륨까지 함께 농축해놓은 것이라는데 있었다.
     
    이미 양념장을 미리 만들어 놓았는데 말이다.
    (참고로 당시 양념장 성분 : 고추장 3, 고춧가루 1, 매실청 2, 마늘 액기스, 생강 액기스, 후추, 카레가루 조금씩 + 간장 1)
    지금 생각해보면 간장을 아예 빼고, 고추장과 매실청도 1씩 줄여야 했다.)
     
    아무튼 그 짜디짠 쇠고기 육수에
    위 양념장을 무자비하게 투하한 직후 맛을 보니,

    물범벅으로 전혀 졸아들지 않아
    거의 떡볶음탕 수준이었는데도 이미 약간 짠듯하게 간이 딱 맞았다.
     
    해서 거품 걷어내는 척 하면서
    (양념장이 풀리기 전에) 육수를 컵에 퍼담다보니 어느새 한 컵,
    이를 비정하게 갖다버리고 나서야
    겨우 어느정도 안정이 된 것 같았다.
     
    양파를 조금 늦게 넣어버려서
    익을때까지 이리저리 휘저으며 졸이다가,

    안되겠다 싶어 조금 일찍 불을 끄고
    접시에 담아 맛을 보니, 의외로 시판 떡볶이 이상의 맛이 났다.
    양파도 달달하니 적당히 아삭거리고 말이다.
     
    생각건대, 기름을 빼고 탱글함을 유지하기 위해
    떡과 오뎅을 미리 데쳐놓았던 것,
    설탕 or 올리고당 대신 매실청을 넣었던 것이 주효했던 듯 하다.
     
    아무튼 절반 정도만 볶았는데도
    시판 기준으로 거의 4인분 가량이 나와

    이마저 두 번에 나누어 먹고, 김뿌려서 밥까지 볶아먹으니
    비록 혼자 처먹는 밥일진대 이리 맛있을 수가 없었다.
     
    너무 맛있어서 급기야는 다음날인 일요일도
    내내 떡볶이와 볶음밥으로만 하루를 때웠지만,
    그리고 그러느라고 주말을 다 써버렸지만
    가슴 한켠은 왠지 뿌듯했다.
     
    참, 그리고 떡볶이랑 재료 등속 원가는
    대강 계산해보니 3,000원이 좀 안되었다.
    떡볶이 8인분 원가...
     
    하지만 포장마차에서는 1인분에 2,500원 받고
    인심좆게 떡볶이 궁물을 더 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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