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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역 만두집 이야기 (‘12.10.13)
    카테고리 없음 2012. 11. 16. 02:17

     

    1. “우리집 만두”라는 곳이 있다.

     

    강남이라는 지역특성 고려하면 꽤 오랫동안

    직접빚은 만두를 팔아왔고, 또 냉만두국이라는 메뉴로도

    나름 유명세를 타고있는 집이다.

     

    첫 방문은 제대직후 토익공부하던 ‘10년 봄이었는데,

    그당시 기억으로는 양은 좀 박하지만 만두 자체는 먹을만하다 느꼈었다.

     

    그리고는 두 번째 1차시험을 치렸던

    ‘12.2.26 당일, 같이 공부하던 형과

    학원주변 및 강남역을 쏘다니다 다시 방문하게 되었는데,

    정말, 형편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두 번째방문 당시에도 만두는 직접 빚은 것이었고

    국물 및 기타 식재료 등속도

    특별히 저품질이었다거나, 비위생적이었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만두 맛이 주는 느낌이 변했달까.

     

    애초에는 “만두만은 먹을만한 정도”였다면,

    두 번째 방문 때에는 “만두조차 그닥 감흥이 없는 정도”랄까.

     

    · 만둣국을 몇수저 떠먹고 가게를 둘러보니

    그새 체인점을 몇군데 낸 모양인데,

     

    그러면서 만두를 만들던 이가 분점으로 이동했거나,

    돈맛을 보게 된 주인장의 마음이 한가닥 남아있던 자부심을 팔아치웠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공장표 만두보다는 직접 빚은 손만두가 대체로 더 우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건 기계 혹은 공장노동자가 빚은 만두에 담긴 정성이

    대체로 부족하기 때문이지, 그냥 대충 (또는 성의없이) 만들었더라도

     

    직접 빚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우월한 맛을 내는 것은 아닐게다.

    설마 만두를 빚은 그가 놀라운 실력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말이다.

     

    · 사실 만두라는 음식은 여러 재료를 한번에 넣어 뭉쳐내는 음식이고,

    그 재료라든지 요리방법이 일정범위 내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정수준 이상이라면

    일반적 미각으로 그 맛을 정교히 평가하긴 어려운 음식이다.

     

    (쉽게 말하면, 괜찮은 재료써서 정성스럽게 빚은 만두라면

    취향차이만 있을뿐 비슷하고

    눈에띄게 특별히 우월한 맛 가지기 어렵다는거다)

     

    다만 요즘의 우리는 자라면서

    누군가가 직접 정성스럽게 빚은 만두를 먹어볼 기회가

    대부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일부 정말 맛없는 냉동만두의 맛, 만두파동 등을 기억하며,

     

    그정도까지는 최악은 아닌

    나름 먹을만한 인스턴트 만두가 내는 맛 정도를

    만두라는 음식의 일반적인 맛으로 여기게 되었을 뿐일게다.

     

    · 아무튼, ‘10년 경의 “우리집 만두”의 맛은

    이러한 공장표 만두의 그것을 벗어난 뛰어남이

    약간은 존재해서 그나마 위안삼을 수 있는 정도였다면,

     

    현재의 그곳은

    “적당한 공장표 만두”에 비해 딱히 나을게 없는 평범한 손만두를

    (그래도 맛없는 것까진 아니지만)

     

    지극히 야박한 양에

    분식집 만두보다 훨씬 비싼가격으로 파는 그런 곳이 되어버렸다.

     

     

    2. 한편,

    "우리집 만두" 주변에는 “大家” (대가)라는 만두집이 또 있다.

    가게도 크지 않고, 좀더 구석진 곳에 위치해서,

    게다가 간판이 값비싼 요릿집처럼 고급스러워서

     

    선뜻 혼자들어갈 생각이 나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그동안 지나다니기만 하다가 오늘에야 마음먹고 들어가보았다.

     

    의외로 가게 내부는 수수했는데,

    메뉴판을 보니 간판값을 하는건지 자리값을 하는건지

    가장 저렴한 칼국수만 6,000원일 뿐 떡만두국은 무려 7,500원이었다.

     

    · 반찬은 심플하게 배추김치, 깍두기가 전부인데

    둘 다 썩 괜찮았다.

     

    약간 달달하나 은은한 정도이고,

    그닥 짜지 않으면서 은근히 젓갈향이 배어있는게 먹을만 했다.

     

    · 요즘 식당치고는 드물게도

    고용찬모없이 가족이 운영하는 집으로 추정되며

    대략 40~50석 정도 크기에 카운터·홀을 아들이,

    주방을 어머니가 전담하는 듯 한데

     

    방문 당시 한산한 토욜 오후였던걸 감안하면,

    바쁠때는 한두사람 더 있어야 맞겠다 싶었다.

     

    · 만둣국은 미리 이야기하지 않으면 다대기가 한수저 부어진 채로 나오고,

    난 일반적으로 나오는 ‘식당의 짜디짠 다대기’를 좋아하지 않는터라

    걷어내고 먹으려다가

     

    맛있던 김치를 고려, 혹시나 하고 살짝 풀어 맛을 봤더니

    웬걸, 다대기치곤 상당히 슴슴한 편이라 그냥 다대기만 먹어도

    그 짭짤함에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정도는 되었드랬다.

    (그래서 그냥 풀어먹었다.)

     

    · 보통 만둣국의 국물을 사골육수를 썼다 말하며

    정체모를 뽀얀국물 내오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맑은 국물을 기본 베이스로 하고,

    인공조미료 특유의 자극적인 느낌이 거의 없었으며

    그럼에도 훌훌 떠먹기 좋을 정도로 어느정도 감칠맛이 나서 맘에 들었다.

     

    · 떡만두국에는 약간의 떡과 만두 4개 들어가 있는데,

    보통의 손만두보다는 약간 크나 왕만두보다는 약간 작은 느낌이고

     

    만두속은 숙주가 들어가 있던게 특색있었는데,

    쉽게 변하는 숙주나물의 ‘절개’를 고려할 때 (조상님....ㅠㅠ)

    믿음직했다.

     

    만두 역시 슴슴하고 담백한 것이

    그냥 먹어도 국물에 풀어먹어도 깔끔하니 먹을만했다.

     

    · 요컨대, 이 집은 확실히 직접 빚은 만두의 정성스러운 맛,

    그리고 이집 특유의 깔끔한 맛이 있어 만족스럽게 식사할 수 있었다.

    다만 푸짐한 맛, 걸진 맛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뭐, 만두라는 게 원래 좀 그런 음식에 속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어찌됐든 간에

    여긴 우리집 만두와는 급이 다른 만두집이었고,

     

    3 테이블(12명) 이내라면 회식도 가능해 보이니

    나중에 사람들 데려와서 값비싼 만두전골(35,000) 꼭 맛보고 싶다.

     

    또, 숙주 고려할 때 빈대떡(10,000)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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