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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에
내가 나중에라도 식당을 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장사를 하러 나온 사람이다.
콩나물 시루같은 장터를 비집고 들어가
메뚜기 마빡같은 자리를 얻어
팥죽을 끓여 팔더라도
내 자리는 내 손으로 정갈하게 깔고
내 판은 내가 깨끗하게 거두어야 한다.
나는 세상을 내 손으로 맛있게 하기 위해 나온 사람이다.
똑같은 강냉이에 똑같은 뻥튀기를 튀기더라도
나는 남보다 구수히 하고, 많이 팔아야 할 사람이다.
모르는게 있으면 배워야 하고,
무엇이든 정직하게 팔 생각을 해야 한다.
창가에 별이 뜨면 별을 세며 구구단이라도 열심히 외우고,
달이 뜨면 달빛이라도 베어 팔 생각을 해야 한다.
장사가 안되는 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닌 내 탓.
힘들고 서러워 눈물이 앞을 가려도
그냥 이대로 울어서는 안된다.
신문지 위에 마늘을 깔아놓고
마늘이라도 까면서 울어야 한다.
쪽파라도 다듬으면서 울어야 한다.
손님은 하느님의 동기동창
손님이 부처님이라면 나는 공양주보살
나를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가게 해주는
고마운 분들이시다.
항상 잡숫고 나면 음식이 어땠느냐 여쭤봐야 하고
손님 입맞에 맞추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떤 수모도 겪어야 하고
어떤 손님이건 손님의 등을 돌려서는 안된다
손님이 없다고 한탄하는 사람아,
딱딱 파리채로 파리를 잡고 있는 사람아,
TV를 보거나 손톱을 작두질하고 있는 사람아,
손님이란 찾아오는 사람이 아니라
끌어와야 할 소중한 사람
그렇게 손님을 끌어오지 못할 바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
- 드라마 '돌아온 뚝배기' 중에서
드라마를 보다가 이런 글을 듣게되니 미묘히 감격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