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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목격한 미인2
    카테고리 없음 2010. 5. 8. 03:58

    - 사실 이번 미인 이야기는
    그 미인의 아름다움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
     
     
    아무튼 난 오늘도 역시 같은 자리에서 지하철을 탔고,
    금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사람은 평소보다 많아서
    정말 겁나 미어터지는 날이었다.
     
    탑승 후 두세 정거장 쯤 지났을까,
    요즘은 토익공부도 끝내서 지하철에서 음악만 듣고 있는데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유독 눈에 띄는 미인이 오늘도 한 명 보였다.
    (요즘 세상은 왜 그렇게 미인이 많은지...-_-)
     
    당시 정말 겁나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그녀는 약간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는데,
     
    그 얼굴이란 아주 잠시만 볼 수 있었기에
    자세히는 기억 안나지만
     
    희고 맑은 피부에 큰 눈,
    엷게 한 파마머리가 잘 어울리는
    전형적으로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그런데,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사당역에 도착했을 때일거다.
    항상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다시타는 그 역에서

    열차 안에 있던 승객들이 쭈욱 빠지고
    다른 이들로 다시 채워지려는 그 즈음에,
     

    그녀의 주변의 좌석에 앉아있던 어떤 아저씨가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

    난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딱 보기에도 나이가 거의 두배-_-는 차이나보이는
    연장자가 젊은이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광경이라니.
    (건장한 체격이긴 했지만 최소 40대로 보이는..)

    처음엔 서로 아는 사이인가?
    아님 몸이 불편한 아가씨였나?

    짧은 시간에 내게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스쳤다.

    그 사이에 이미 그녀는 놀라서 동그란 눈으로
    엉겁결에 그 양보한 자리에 앉아버렸고,

    거리가 멀어서 잘 들리진 않았지만,
    그리고 내가 '의역'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아가씨가 이렇게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어쩌구저쩌구 하면 안된다는둥'
     
    뭐 이런식의 대화를 나누는 광경을 보니
    설마설마했던

    중년이,
    청년에게(그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자리를 양보한 게 맞음을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당시 열차 안에는 사람들로 꽉 차있던 만큼
    그 주변에 다른 젊은 아가씨들도 많았는데 말이다.
    (물론 그 아가씨가 딱 봐도 가장 눈에 띄게 예쁘긴 했지만 말이다)

    와...'아름다움'이란 이런건가..
     
    중년의 아저씨가 새파란 젊은이에게 자리를 양보할만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이었나.
     
    그리고 동시에 그 주변에 있던 다른 '아가씨'들을 생각하니
    나조차 서글퍼졌다.


    근데 웃긴건, 정말 웃긴건,
    나 또한 그걸 지켜보는 그 순간에는

    당연스럽게 공감되는,
    왠지 자연스러운 일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

    물론 잠시 후 밀려드는 이성이
    '이건 아니다'라는 판단을
    뒤늦게 쏟아내긴 했지만 말이다.
     
     
    이래서,
    세상이 이래서,
    여자들이 그렇게도 예뻐지고 싶어하나보다.

    후.


    아무튼
    나는 오늘도 미인을 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 마음이 아려왔다.
     
     
    그리고 정말 오늘만큼은
    여기 한국땅에서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면서,
    미인이 아닌 여성-_-들께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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