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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승
    카테고리 없음 2008. 12. 13. 13:42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통북 차도를 지나 삼성아파트에 도착하기 직전이었을게다.
    버스는 종종 볼 수 있는 성질맞은 버스기사들이 으레 그렇듯이
    갑자기 급정거를 했고,


    이때문에 출구쪽 길다란 기둥을 의지하고 있던
    짐이 많은 할머님 한분이 관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몸이 중심을 잃고 앞쪽으로 넘어질듯 쏠리셨다.

    다행히 앞쪽엔 남자 한명이 서 있었고,
    그는 엉겁결에 당황한 표정으로, 그러나 괜찮다는 듯한 웃음을 동시에 지은 채
    그 할머님을 받쳐든 채 잠시간 버텨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짧은 순간 그 광경을 포착해 지켜볼 수 있었다.


    자세히 보니 한국인이 아니며,
    또한 예전 개그물의 '맹구'를 닮은 그가 지어준 순간의 표정은

    근래 들어 보게 된 무언가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 분을 닮은 외국인 노동자였다.>



    비록 간지나는 핸섬가이는 아니지만,

    이것저것 따지며 잴 시간 없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대응해야만 했던 상황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었던 그의 맑은 본성을 보았기 때문이랄까.


    그것을 보고나서 약 5초 동안 그 광경을
    마음속으로 다시 재현해본 순간,

    나의 뇌와 심장은 약 10초간 뭔가 설레이는 감동에 강력히 휩싸였다.



    오늘따라 왠지모를 '우울'과 '슬픔'이라는
    낯간지러운 감정에 사로잡혀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그 중 더러운 거품들이 말끔히 씻겨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곤 상투적인 레파토리대로
    청승을 떨고 있던 내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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