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렇게 제대로 해장의 의식을 치른 날만큼은
최소한 반나절 이상은 혼자만의 잡생각을 즐기게 된다.
대부분 타지에서 술을 처먹기 때문에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타고 집에 돌아오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나의 몽롱한 뇌내공간속에 스며들면서
온갖 잡다한 사고가 다중적으로 얽혀나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이는 이런 저런 사람들,
억척스레 빈자리를 탐색하는 대춧빛 얼굴의 아주머니,
설레임을 예쁘게 입은 봄옷에 갈무리하고 조신히 앉아있는 다리가 예쁜 아가씨(-_-),
소박하지만 서로 꼬옥 손을 붙잡고 소소한 대화를 소곤거리는 젋은 부부,
부모님 손을 잡고 휴일을 즐기러온 신나는 아이,
그리고 그런 광경을 흐뭇하게 감상하는 점잖은 할아버지,
여기에 가끔 등장하게 되는
자동팽이나 관절보호대 등을 팔러다니는 행상인에 의한
분위기의 파격 등등.
이런 모든 광경들이, 온갖 군상들이
나의 잡생각의 단초를 끊임없이 제공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의 사이사이
화장실을 몇 번 들락날락거려주면
그제야 비로소 전날로부터 이어진 음주행위의 마무리를 지은듯한 느낌이 오며
정신과 육체에 평화와 안도감이 찾아오는 것이다.
결국 나에게 해장이란,
알콜흡입을 통해 까발려진,
뭔가 해방된 느낌에 날뛰던 전날의 기억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용기를,
아니 면죄부-_-를 획득하는 과정인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