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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도여행 01. 펄펄 닭내장탕 ('08. 12.19)카테고리 없음 2009. 5. 21. 20:43
written at 2009/05/21 20:43 and completed at 201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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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도 으레 그렇듯
어떤 술자리로부터 시작된 거였다.다른 건 몰라도 '먹는' 얘기라면,
밤을 새서 해도 영원히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세 사람이 모여 술을 먹다가 충동적으로 튀어나온 이야기였다.각자가 살아오면서 주워들은 모든 '먹는'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이다 못해 형상화된 그 무언가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아무튼 여행 시작 당일,
크리스마스를 한주 앞둔 금요일에,
나는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무척 들뜬 채로
퇴근버스에 올라타 평택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그리곤 곧바로 전주행 티켓을 끊어
다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약 3시간 반의 여정..
난 그 중간중간에도 함께할 그들과 간간한 통화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와 식욕을 한껏 부풀려댔다.그러다가 한숨 자고나니 거의 9시가 다 되어
전주 터미널에 도착하게 됐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개찰구에 나와있는 그들이 보였다.더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싶어
뛰듯이 이동해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중앙시장 인근의 '펄펄 닭내장탕'보통 닭을 재료로 하는 국물요리라고 하면
소위 '닭볶음탕', 또는 '닭한마리'와 같이
닭의 전체 부위를, 또는 한마리 통째로 끓여내는 경우가 보통인데,이곳의 닭내장탕이란 것은 닭의 살코기는 없이
밥통, 콩팥 등의 내장만을 주 재료로 해서 끓여내는 음식이었다.가기 전에 일행과 얘기를 하면서 상상할 때는
'소'도, '돼지'도 아니고,
'닭' 정도의 '내장'만을 끓여낸다니
엄청 저렴하겠구나! 했는데가격표를 보니 小자가 무려 15,000원
(대,중은 각각 25,000, 20,000원)그래서 아마 셋이서 小자를 주문했을게다.
조금 모자라지 않을까? 이러면서.근데 정작 양이 나온걸 보니 매우 푸짐했더랬다.
당면과 버섯, 특히 미나리 등이 찌개냄비 위에
수북히 올려져 있었고, 아래에 닭내장들이 깔려있었는데'과연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칠 정도였다.
(물론 먹다보니 그런 생각이 다시 들진 않았지만..)
(출처 : "밖개구리"님의 음식이야기
http://blog.naver.com/hghwp?Redirect=Log&logNo=40099977987
비록 여기에 흔적을 남겨보진 않았지만,
밖개구리님, 조..존경합니다.)
이번 전라도 여행, 그리고 그중에서도 전주에 처음 와서
먹게 되는 음식이었기에 나는,
푸짐하던 냄비 위 재료들이 숨죽어가며 끓여지는 광경을
숨죽이며 바라보고 있었드랬다.
과연 어떤 맛을 보여줄지를 기대하면서 말이다.그러다가 잠시 후 한소끔 끓여진 듯 해서
국물을 한번 떠먹어 봤는데, 그 즉시 난 느꼈다.'이..이건 타고난 안주다. 안주일 수 밖에 없는 음식이다.'
끓인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기에 깊은 맛은 없었지만
의외로 깔끔하고 칼칼한 국물이 소주를 절로 불러제꼈다.내장의 노릿한 내음이 완벽히 제거된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깔끔하다고 느낄 만 했다.그리고 특히, 처음엔 과도하다 싶달 정도로 수북히 투하되었던
미나리가 그 특유의 향으로 잡내를 잡아주며
국물맛을 톡톡히 살려주고 있었던 거다.
또한 다른 닭요리와는 다르게 쫄깃한 맛의 닭내장들은
정말 한젓가락에 한잔씩 들이키도록 강력히 유도하고 있었다.건더기있는 탕요리들이 으레 그렇듯
닭내장과 미나리를 한젓가락에 집어올려
초장에 푹 찍어 먹는 방식으로 주로 먹는데,미나리는 리필이 되니 계속 투하해서 푸짐히 먹으면 되었다.
(탕 좋아하는 이들은 알겠지만 탕은 국물맛, 국물은 야채맛..)인심박한 수도권 음식점들과 달리
전체적으로 내용물의 양이 박하지 않아, 미나리를 리필해서 먹어도
우리의 입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 젓가락 안에서 함께할 내장-_-들의 개체수 또한 충분해
오랫동안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냄비 위에 볶아주는 볶음밥 또한
(항상 그렇듯이) 맛있게 먹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간단히 정리해서 말하자면
우리는 여기서 닭내장탕을처음에는 깔끔하고 칼칼하게,
후반에는 걸지고 푸짐하게해치울 수 있었다.
정말...주당들이랑 온다면 小자 하나 당소주 열병은 깔 수 있지 않을까?
뭐 그정도 되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아무튼 그렇게 푸짐히 처먹고 나니
우리의 배는 어느정도 배부른 느낌이 들었는데,
전주는 너무 가볼데가 많아서-_-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곳이 바로 돼지불백집으로 유명하다는 진미집이다.
일단 여기서 끊기.
- 아오..쓰다만지 거의 1년만에 라도여행 첫 집 이야기를 완성..
감회가 새롭구나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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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참고사항
- 위치 : 전주시 전북도청 앞. 중앙시장 부근.
- 전번 : 063-277-3257
- 메뉴 : 닭내장탕 大 25,000 / 中 20,000 / 小 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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